"저건 깃발이 펄럭이는 것일세!"
"아닐세, 저건 바람이 펄럭이는 것일세!"
한 무리의 승려들이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이에 혜능이 나서서 말하길...

"그건 깃발이 펄럭이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펄럭이는 것도 아닙니다.
 펄럭이는 것은 단지 당신들의 마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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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혜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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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시라는 생물이 있다. 일급수 이상에만 서식한다. 철사벌레라고도 한다. 실같이 단순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일정 기간 곤충의 몸속에 기생하다가 성충이 되면 곤충의 뇌를 조정해서 곤충이 물에 뛰어들어 자살토록 만드는 생물이다. 때로는 인간들도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쾌락의 늪에 뛰어들어 자멸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혹시 의식 속에 이성을 마비시키는 허욕의 연가시가 기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대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망각의 늪 속으로 사라져버릴 사람이 있고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기억의 강기슭에 남아 있을 사람이 있다. 혹시 그대는 지금 망각의 늪 속으로 사라질 사람을 환대하고 기억의 강기슭에 남아 있을 사람을 천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때로는 하찮은 욕망이 그대를 눈멀게 하여 하찮은 사람과 소중한 사람을 제대로 구분치 못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나니, 훗날 깨달아 통탄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가난한 사람들은 대개 돈을 욕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개 같은 놈의 돈, 원수 놈의 돈, 썩을 놈의 돈, 더러운 놈의 돈.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든 물건이든 욕을 하면 더욱 멀어지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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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120억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지만
하루에 10만명이,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는 이 지구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을 인간으로서 대하지 못하게 된
살인적인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엎어야 해.

인간의 얼굴을 버린 채 사회윤리를 벗어난 시장원리주의 경제(신자유주의),
폭력적인 금융자본 등이 세계를 불평등하고 비참하게 만들고 있어.
그래서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나라를 바로 세우고,
자립적인 경제를 가꾸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거야."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는 자유가 억압이며 법이 해방이다"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문장 하나를 남기며 짧게 마무리 하고자 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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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없는 빗속의 만남

형수님께

남을 도울 힘이 없으면서 남의 고충[苦情]을 듣는다는 것은 매우 마음 아픈 일입니다. 그것은 단지 마음 아픔에 그치지 않고 무슨 경우에 어긋난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도운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임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빈손으로 앉아 다만 귀를 크게 갖는다는 것이 과연 비를 함께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그에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만 출소를 하루 앞두고 제게 일자리 하나 주선해주기를 부탁하던 젊은 친구에 관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가 생각하는 그런 동창 선후배가 이미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제게는 바로 그와 같은 밑바닥 인생들밖에 친구가 없었습니다. 사람은 그 친구가 바뀜으로써 최종적으로 바뀌는 것이라면 저는 이미 그가 생각하는 그러한 세계의 사람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망설임 끝에 겨우 입을 뗀 부탁이라 더욱 송구스러워하는 그와 마주앉아서 저는 그날 밤 갈 곳 없는 그를 위하여 동창 선후배들의 위치에 제가 있었더라면 하는 감상에 젖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상에서 금방 제 자신을 건져낸 것은 만약 제가 그러한 위치에 있었더라면 그와의 만남이 아예 존재할 수 없었다는 분명한 깨달음이었습니다.

도울 능력은 있되 만남이 없는 관계와 만남이 있되 도울 힘이 없는 관계에 대하여 그날 밤 늦도록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의 의미에 관하여 그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만 그때의 아픈 기억만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저는 무의무탁(無依無托)한 동료들이나 이제 징역을 시작하는 젊은 무기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도울 힘이 없으면서 남의 어려움을 듣는 일의 어려움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러한 고정(苦情)에 자주 접하
게 됨으로써 아픔이 둔감해지는 대신에 그것이 고정의 원인을 깊이 천착해 들어갈 수 있는 확실한 조건이 되어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 혼자만 쓰고 있는 우산은 없는가를 끊임없이 돌이켜보는 엄한 자기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시인 몇 사람은 좋이 길러내었음직한 구봉산(九峯山)의 아홉 개 연봉(連峰)이 초하(初夏)의 반공(半空)을 우뚝우뚝 달리고 있습니다. 하도장성(夏道長成), 여름은 산이 크는 계절, 산이 달리는 계절인가 봅니다. 그리고 오월산은 단지 저 혼자 크고 저 혼자 달리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그를 바라보는 이곳의 갇혀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키워주고 달리게 합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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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빗 속의 만남에서 우산을 씌워 줄 수 있도록,
항상 하나의 튼튼한 우산을,
때론 여분의 우산도 갖추고 싶네요.
하지만,
함께 비를 맞아야 할 땐 함께 비를 맞는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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